반응형

전체 글 19

《이반 일리치의 죽음》 — 잘 살아왔다는 확신은 죽음 앞에서도 남을 수 있을까?

이반 일리치는 크게 잘못된 삶을 산 사람이 아니다. 법률가로서 자신의 일을 해냈고, 사회가 인정하는 자리를 얻었으며, 결혼하고 집을 꾸렸다.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도 알고 있었다. 그의 삶은 특별히 위대하지도, 특별히 타락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공적인 인생에 가깝다.그런데 병이 깊어지고 죽음이 현실이 되자 그 평범한 성공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더 이상 자신을 지탱해주지 못한다. 이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죽음 자체보다 더 불편한 문제가 남는다.잘 살아왔다는 확신은 죽음 앞에서도 그대로 남을 수 있을까?남들이 인정해주는 삶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욕망만을 따라 살아온 인물이 아니다. 그는 사회가 무엇을 좋은 삶으로 인정하는지 잘 알고 있고..

책 2026.10.07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감춰진 잘못은 정말 사라진 것일까?

도리언 그레이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없는 특권이 생긴다. 시간이 지나도 얼굴은 젊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남는다. 대신 그의 초상화가 늙고 망가진다. 그의 선택이 남긴 흔적도 현실의 얼굴이 아니라 그림 속 얼굴에 쌓여 간다.처음에는 부러운 능력처럼 보인다. 누구나 늙고 싶지 않고, 자신의 잘못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으며 더 눈에 들어온 것은 영원한 젊음보다 그 뒤에 따라오는 이상한 분리였다. 도리언은 자신이 한 일의 결과와 자신의 모습을 분리할 수 있게 된다.사람에게 잘못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는 그 잘못에서 정말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얼굴과 삶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때화가 바질 홀워드는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의 초상화를 그린다. 도리언은 헨리..

책 2026.10.06

《드라큘라》 — 두려움은 낯선 존재보다 우리가 만든 경계에서 커진다

조너선 하커는 업무를 위해 트란실바니아의 외딴 성을 찾아간다. 처음에는 낯선 지역의 풍습과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드라큘라 백작과 함께 지내면서 상황이 단순한 문화적 차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드라큘라는 영국으로 향하고, 조너선과 미나, 루시, 반 헬싱을 비롯한 사람들의 일상에도 위협이 스며든다.《드라큘라》에는 흡혈귀라는 분명한 공포의 대상이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더 오래 남는 것은 괴물의 모습 자체보다 서로 다른 세계가 맞닿을 때 생기는 불안이었다. 두려움은 낯선 존재 그 자체에서 생기는 것일까, 아니면 익숙한 세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생기는 것일까.낯선 곳에서는 익숙한 기준이 작동하지 않는다조너선이 드라큘라의 성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익숙한 세계에서 조금씩 멀어지..

책 2026.10.05
반응형